1998. 4. 21.


《CD-ROM 高宗純宗實錄》 刊行辭

조선시대사 데이터베이스 간행의 목적


金 炫

한국학데이터베이스연구소장


  《CD-ROM 高宗純宗實錄》이 간행됨으로써 우리 사회는 전자 매체에 담긴 또 하나의 역사서를 보유하게 되었다. 데이터베이스 간행은 단순히 저작물의 매체를 바꾸는 작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식의 형태와 용도를 변화시키는 일이다. 우리의 지나간 역사에 대한 기록이 소수의 전문 연구자들의 손 안에 머물지 않고 사회 전체가 공유하는 지적 자산이 되도록 하는 일인 것이다.  당장 《CD-ROM 高宗純宗實錄》의 간행을 가장 반길 사람은 아마도 정치․경제․사회의 문제를 다루는 사회과학 연구자들일 것이다. 그 사료를 면밀히 조사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한문으로 쓰여진 기록들을 순차적으로 통독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던 사람들에게는 이 CD-ROM이 매우 편리하고 긴요한 도구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 한국사 연구 그 자체를 전공으로  삼지 않는 사람들도 각각의 전문 영역에서 한국의 역사를 논할 수 있게 하는 것. 오늘날의 학계의 당위로 거듭 강조되면서도 그 실현이 쉽지 않은 이른바 학제간(interdisciplinary) 연구의 작은 초석이 이 데이터베이스에 간행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다.

  전문 학자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언론, 문예, 사회 교육에 종사하는 분들에게도 이 데이터베이스는 의미 있는 정보 공급자의 역할을 할 것이다. 그들이 《고종․순종실록》의 내용을 전체를 알 필요는 없다 하더라도, 그 시대의 어느 인물이나 사건에 관련된 지식을 필요로 할 때, 이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손쉽게 유용한 정보를 획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가 접할 수 있는 지식과 정보를 전자적인 형태로 변환하는 것은 당장의 활용성을 높이려는 것이기보다, 그 지식을 우리의 후세들과 공유하려는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전자 통신에 대한 의존도가 오늘날과는 비교도 안되게 높아질 다음 세대에는 전자적인 형태로 변환된 지식이 더욱 큰 공효를 발휘하게 될 것이 자명한 반면, 새로운 매체로 형태 바꿈을 하지 않은 과거의 지식들은 더 이상 연마되지 못하고 사라져 갈 것이기 때문이다.

  한 사회의 학술과 문화를 이끌어 갈 만한 고급 지식은 충분한 훈련과 연구 과정을 거침으로써만 획득될 수 있는 것이 사실이지지만, 일차적으로 그 지식에 대한 접근이 용이해야지 그 다음의 심화된 연마 과정이 따를 수 있다. 서울시스템의 한국학데이터베이스연구소에서 우리의 역사와 전통 문화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뉴미디어화 하는 일에 부단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 것은 오늘날 점점 사회적 수요와 영향력을 잃어 가고 있는 우리 고유의 것에 대한 지식을 범사회적으로 확산시키고 정보 통신 시대의 다음 세대들도 그 지식을 향유할 수 있게 하는 기반을 마련코자 함이다.

  《CD-ROM 高宗純宗實錄》은  1995년의 《국역 朝鮮王朝實錄 CD-ROM  제1판》 간행 및, 1997년의 기사 분류 색인을 포함한 《국역 朝鮮王朝實錄 CD-ROM 증보판》 간행에 이어 《조선왕조실록》 전산화 사업의 세 번째 성과로서 간행된 것이다. 이 사업은 현재 진행중인 《標點 原典 朝鮮王朝實錄 데이터베이스》의 편찬을 마치는 시점에 종합적인 완결을 볼 것이다.  궁극적으로 27 왕의 실록 원문과 한국어 번역 전체를 하나의 데이터베이스로 구현하고, 또 그것이 조선시대의 인물, 제도, 지리, 풍속에 관한 정보를 담은 데이터베이스와 연동되어 조선시대에 관한 종합적인 데이터 뱅크를 구축하는 데 이 사업의 목표가 있는 것이다.

  《국역 朝鮮王朝實錄 CD-ROM》이 우리 사회의 여러 분야에서 유용한  도구로 쓰였듯이, 《CD-ROM 高宗純宗實錄》도 우리가 투여한 노력만큼의 사회적 공효가 있기를 기대하며, 이 제품의 가치에 대한 객관적 평가가 우리의 최종적인 결과물을 내는 데 보탬이 되어지기를 희망한다.